'화전가'도 '모차르트'도 줄줄이 중단… 극장, 다시 生死 기로에 서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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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0 05:00

'실내 50인 이상 집합 금지'에 현장 "여느냐 닫느냐" 일대 혼란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가 정부의 '실내 50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를 놓고 19일 하루 대혼란을 겪었다. 18일 오후 발표한 총리 담화문은 "서울·경기·인천에서 실내 50인 이상 모든 집회·행사·모임은 원칙적 금지"라고 밝혔으나, 공연장은 집합 금지 명령 대상인 고위험 시설 12종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던 뮤지컬 '모차르트!'의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예정보다 사흘을 앞당겨 20일 종연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장의 혼란은 더 커졌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 산하기관으로 조기 종연은 서울시 결정에 따른 것. 서울의 한 대형 극장 관계자는 "극장과 제작사 모두 확실한 답을 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서로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 종일 이어졌다"고 했다.

19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 유리문에 국립극단 '화전가' 공연의 중단을 알리는 붉은색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조치로, '화전가'를 포함해 여러 공연이 중단되거나 연기됐다. /고운호 기자

◇'거리 두기 강화'에 줄줄이 종연·취소코로나19 재확산과 거리 두기 강화는 국공립 극장부터 영향을 끼쳤다. 18일 총리 담화 발표 직후 국립극단은 "명동예술극장에서 23일까지 예정됐던 연극 '화전가'를 지난 17일 공연을 끝으로 조기 폐막한다"고 밝혔다. 21일부터 사흘간 예술의전당에서 예정됐던 국립발레단 '허난설헌-수월경화'도 취소됐다. 세종문화회관은 19일 "23일까지 예정됐던 서울시오페라단 '세비야의 이발사'는 20일로 조기 종료하고, 뮤지컬 '머더 발라드'는 31일까지 공연을 일시 중단한다. 코로나 피해자 돕기 뮤지컬인 갈라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민간 공연 기획사, 극장의 대형 공연도 진퇴양난이다. 재정난에 빠진 기획사가 여럿이고, 아예 하반기 공연을 접고 '코로나 겨울잠'에 들어간 곳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용감하게 공연을 올린 기획사들은 코로나 상황이 널뛸 때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수수료 없이 예약을 취소해주고, 추가 예매를 뒤로 미루는 등 관련 조치를 해왔다. 그러나 당장 공연을 중단하느냐 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 공연 한 편을 올리려면 배우와 스태프 수백 명이 수개월 함께 작업하고, 티켓 예매는 개막 두세 달 전부터 진행된다. 참여 공연인의 생계가 달려 있다.

◇대학로 극장도 변화 대응 전전긍긍

대학로 극장들도 비상이다. 특히 민간 극장에는 권고 사항이었던 '거리 두기 좌석제'를 정부가 최근 의무화한 충격이 크다. "사실상 공연을 하지 말라는 폐쇄 조치"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거리 두기 좌석제는 좌석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뿐 아니라 무대에서 먼 객석 표는 팔리지 않는다. 공연을 할수록 손해를 본다.

정부 방침에 호응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동양예술극장은 '오픈 런'(무기한 공연) 뮤지컬 '빨래'에 대해 26일부터 거리 두기 좌석제를 시행키로 했다. '렁스' '마우스피스' 등 흥행극을 내놓은 제작사 '연극열전'은 지금까지 판 티켓은 그대로 두되 추후 판매분에 대해 거리 두기 좌석제를 적용한다. 고민 끝에 나온 고육책이다.

전자 문진표, 체온 측정, 철저한 마스크 착용 등 우리 공연장의 'K방역'은 외신을 통해 극찬받았다. 대학로 극장에 확진자가 거쳐 간 경우도 생겼지만, 공연장을 통해 확산된 적은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진 스탠딩 공연장 점검이 우선이고, 서울에 7000여 곳인 교회 현장 점검도 필요하다"며 "그동안 우리 공연장의 방역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관객이 공연 마친 배우를 기다리는 '퇴근길' 관행을 자제시키는 등 더 적극적인 조치를 기대한다"고 했다.

공연프로듀서협회 김용제 회장은 "극장은 식당이나 백화점 열고 닫는 것과 다르다. 한번 문 닫으면 다시 열기란 불가능"이라며 "정부도 우리 공연계와 극장별 특성을 감안해 힘든 시기를 버텨내는 공연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August 20, 2020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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