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가스폭발로 일가족 5명이 숨지는 등 9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 동해시 펜션 사고가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5일 가스 폭발 사고가 난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2층 펜션은 2011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관할 자치단체인 동해시에 펜션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숙박업소였다.
동해시, 펜션 불법 영업 알고도 40일 넘게 방치
뒤늦게 후속 조치 과정에서 사고 났다고 해명
전문가, "부탄가스 폭발로는 전신화상 어려워"
실제 건물의 건축물대장에 이 시설은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 주택’으로 분류돼 있다. 펜션 업주가 신고하지 않고 건물 2층의 다가구주택을 불법 펜션으로 활용하면서 건축·위생·소방 등 점검에서 빠질 수 있었다. 사고 펜션은 버젓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불법 영업을 하는데도 보건복지부의 온라인 점검(2019년 10월)과 동해시의 인터넷 모니터링(2019년 11월)에도 적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해시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누수가 생긴 것”이라며 “불법 건축물 신고가 들어와야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동해시가 해당 펜션이 불법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건 40여일이 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동해소방서는 지난해 11월 4일 ‘화재 안전 특별조사’ 당시 이 건물의 2층 다가구주택 부분이 펜션 용도로 불법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내부 점검을 시도했다. 하지만 건축주가 거부해 점검하지 못했다.
이후 동해소방서는 한 달 이상 지난 뒤인 지난해 12월 9일 동해시에 이 같은 위반 사항을 통보했다. 하지만 동해시는 불법 펜션 영업을 알고도 사고 전까지 행정절차를 밟지 않았다. 만약 소방당국과 자치단체가 불법 영업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제대로 된 점검을 하고 행정 절차를 밟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동해시 관계자는 “후속 조치를 준비하던 도중에 이번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스시설 관리 소홀이 사고 피해 키웠나
경찰 관계자는 “폭발 당시 막음 장치가 터져 나가거나 녹아내린 것인지, 아니면 실수로 마감을 안 한 것인지 등은 정밀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가스업체 관계자들은 “막음 장치를 하면 인위적으로 빼지 않는 이상 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고 당시 1∼2분 간격으로 두 차례 폭발이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LP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에 이은 휴대용 가스버너가 차례로 폭발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일부에서는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용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휴대용 가스버너 폭발만으로는 사망자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고 중상자도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폭발력을 설명하기에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부탄가스 폭발하면 파편이 튀는 수준이지 전신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폭발로 사람들이 기절한 상태에서 방에 불까지 났으면 가능할 수 있지만, 부탄가스 폭발로 이 정도 피해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 사고 매년 반복
2018년 12월 강릉 펜션 사고 이후 정부는 전국 펜션의 가스 시설 안전점검을 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숙박업소와 농어촌 민박에도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가스보일러를 새로 설치하거나 교체할 경우 경보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도 무허가 숙박시설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동해 펜션 가스 폭발 사고 사망자는 5명으로 늘었다. 가스 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충북 청주에 있는 화상 전문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이모(55·경기 양주시)씨가 지난 26일 오후 숨졌다. 이씨는 앞서 이 사고로 숨진 또 다른 이모(56·여·경기 양주시)씨의 남편이다. 경찰은 숨진 이들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했다.
치료 중 숨진 이씨와 함께 사고 직후 충북 청주의 화상 전문병원으로 이송된 또 다른 이모(66·여·경기 양주시)씨와 서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된 홍모(66·여·경기 의정부시)씨는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해 펜션 폭발 사고는 지난 25일 오후 7시46분쯤 동해시 묵호진동의 2층 펜션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5명이 숨지고 2명이 전신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들은 모두 자매와 남편, 사촌 등 일가친척 관계다.
동해=박진호·김민중·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2020-01-27 08:03:13Z
https://news.google.com/__i/rss/rd/articles/CBMiJ2h0dHBzOi8vbmV3cy5qb2lucy5jb20vYXJ0aWNsZS8yMzY5MDcxMtIBK2h0dHBzOi8vbW5ld3Muam9pbnMuY29tL2FtcGFydGljbGUvMjM2OTA3MTI?oc=5
52782142622080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동해 펜션 자매의 비극, 불법 영업 등 안전불감증이 만든 인재(人災) - 중앙일보 - 중앙일보"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