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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판단은 유보, '탈원전 정책' 치명상은 피했지만...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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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간판 정책인 '탈원전'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원전 전문가와 친원전 진영 시민단체에선 월성 1호기 재가동과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부와 한수원 등을 피감 기관으로 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탈원전 정책을 '국정농단'에까지 비유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건설이 보류된 신한울 3ㆍ4호기나 건설이 취소된 천지 1ㆍ2호기, 대진 1ㆍ2호기에 대해서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월성 1호기와 같이 강압, 조작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30년까지 차례로 폐쇄될 예정인 원전 10기의 운명도 관심사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2호기의 경우 1983년 7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2023년 8월 수명(40년)이 종료될 예정이다. 이어 고리 3~4호기, 한빛 1~2호기, 월성 2~4호기, 한울 1~2호기 등도 줄줄이 설계 수명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부에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엔 부정적이다. 한수원 역시 "설계만료가 도래하는 원전들은 운영 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 운영변경허가를 통해 영구 정지하면 된다"며 "별도의 경제성 평가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10년 내 가동 중단 예정인 노후 원전

하지만 반대 여론은 이미 꿈틀대고 있다. 친원전 전문가들은 원전은 고쳐 쓰면 80년까지도 쓸 수 있는데 30~40년 만에 폐기하는 건 혈세 낭비이고, 에너지 값이 오르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설계수명은 30, 40년 쓸 수 있도록 자격증을 준 개념이지 수명이 지났으니 원전을 멈추라는 의미가 아니다"며 "원전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투자를 해서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관리해 쓰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 노후 원전이라고 제대로 된 경제성 검토 없이 폐로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감사원의 이번 평가로 정부 정책을 일선에서 수행할 산업부와 한수원의 추진 동력 저하는 탈원전 정책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감사원의 보고서에 감사를 방해한 산업부 공무원 2명을 징계 조치하라는 요구가 담기자, 산업부 내에선 반감이 거세지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감사원으로부터 징계 조치를 받은 공무원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이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정부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 징계를 하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나서려고 하겠느냐"고 우려했다. 공무원 조직의 침체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문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 속칭 '결제 미루기'가 만연될 수 있다"며 "공무원이 향후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결제를 미루고 업무를 지연시키는 방법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산업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경제성과 안전성,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 결과와 별개로 에너지 전환 정책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다만 '산업부가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췄다'는 감사 결과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직원의 감사방해 행위와 관련, "피조사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본인 PC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직원들의 적극행정 면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산업부는 세부 쟁점 사항에 대해 추가 검토를 거쳐 감사 재심청구 여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수원은 "감사결과를 원칙적으로 수용하며 감사원에서 지적한 원전 경제성 평가 관련 지침 마련에 대해 관계 부처와 협의, 검토를 통해 성실히 후속조치를 이행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윤태석 기자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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